[이성복] 브랜드의 뉴노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달렸다
[이성복] 브랜드의 뉴노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달렸다
  • 이성복
  • 승인 2020.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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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의 소비자들, ‘책임있는 생산’ 요구
SDGs, 기업의 공동 과제로 떠올라

[이성복의 사자吼] "브랜드 액티비즘이 글로벌 브랜드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목적성'은 '진정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브랜드가 사회참여의 목소리를 낼 때에는 바로 그 '진정성'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Brand activism is becoming core to many of the world’s leading brands. But 'purpose' doesn't mean anything unless it can be delivered authentically)"

2020년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는 ‘브랜드 액티비즘’을 이렇게 정의했다. 

2016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서 반기문 UN前총장과 글로벌 대행사 여섯곳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SDGs목표를 제시했다. ⓒCannes Lions
2016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서 반기문 UN前총장과 글로벌 대행사 여섯곳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SDGs목표를 제시했다. ⓒCannes Lions

세계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직업·세대·성별·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오염 돼 가는 지구 환경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먼 나라 아득한 미래 이야기로 치부하고 있던 세계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습격으로 화들짝 놀랐다. 세계가 하나로 묶인 경제공동체의 위기는 곧바로 각국의 일상과 생존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세계의 모든 경제활동인구들이 살아남기 위해 난리법석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일반화로 전 지구촌 식구들이 경제활동에서 맞는 위기가 삽시간에 공유되는 동시에 저마다 해결책(Solution)도 쏟아내고 있다.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브랜드 액티비즘이 그 해답 중의 하나다. 브랜드가 사회에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내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상품을 팔기 위해 선한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진정성있게 인류 사회를 개선시켜보려는 노력을 해야 소비자의 인정을 받는 시대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행동하려는 브랜드가 진정성을 보여 줄 방법은 무엇인가? 

칸 라이언즈와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이 찾은 해법은 유엔(UN)이 호소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실천 캠페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칸 라이언즈 선언'이라 할 만한 2016년 '반기문 연설'에 주목해보자.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을 이끄는 6개 지주회사 회장들이 나선 칸 라이언즈 무대는 마케팅과 크리에이티비티의 핵심적인 화두로 SDGs를 제시한 역사적인 무대로 평가받는다.

2016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세미나 무대에서 패널로 나선 반기문 UN前사무총장의 모습이 큰 화면으로 보이고 있다. ⓒCannes Lions
2016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세미나 무대에서 패널로 나선 반기문 UN前사무총장의 모습이 큰 화면으로 보이고 있다. ⓒCannes Lions

그 후 칸 라이언즈 수상작을 보면 광고계가 온통 지구를 살리는 데 몰두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SDGs 관련 캠페인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넘는 거대 크리에이티비티 기업의 회장들이 세계 각지에서 온 1만여명의 크리에이티비티 인사들 앞에서 'SDGs'를 화두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말이다.

UN, 17개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제시
2015년 UN에 모인 세계 각국 정상은 인류 문명이 공존하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SDGs'로 17개의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2030년까지 최대한 그 목표를 달성하자고 호소했다. 

그 이듬해인 2016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6월 24일 프랑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반총장은 세계 광고계 리더 빅6와 함께 칸 라이언즈 팔레 데 페스티벌 뤼미에르홀에서 SDGs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펼쳐달라고 호소했다.

2016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세미나 무대에서 패널로 나선 반기문 UN前사무총장의 모습이 큰 화면으로 보이고 있다. ⓒCannes Lions
2016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세미나 무대에서 패널로 나선 반기문 UN前사무총장. ⓒCannes Lions

"저는 여기 매드맨(Mad Men·미국 드라마 제목을 따라 광고인을 일컫는 말)들에게 브리프(Brief·광고주가 광고대행사에게 마케팅 의도를 설명하고 캠페인을 의뢰하는 것)를 하러 왔습니다. 광고인 여러분이 휴머니티를 주제로 사상 최대의 캠페인을 만들어주십시오. SDGs의 17개 목표는 70억 인구가 모두 좀 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추진하는데 동참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가난, 불공정, 불평등이 우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 세대, 성(Gender)이 해결에 동참해야 하며 특히 민간 기업이 중요합니다. 그저 할 일만 했다는 안도감을 주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광고인 여러분은 힘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러입니다. 가난 퇴치, 불평등 해소, 차별 금지 프로젝트를 도와주세요. 인류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칸 라이언즈는 20여년전부터 유엔과 공동작업으로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Young Lions Competition)' 과제로 유엔의 '지구 살리기' 해법을 모색해왔다. 

반 총장의 칸 라이언즈 연설은 광고산업 6인의 거장들과 함께 기획한 거대하고 놀라운 일대 사건이었다. 

옴니콤(Omincom) 존 렌 회장(John Wren), WPP 창업자 마틴 소렐 경(Sir Martin Sorel), IPG 마이클 로스 회장(Michael Roth), 하바스(Havas)의 야니크 볼로레 회장(Yannick Bolore), 덴츠(Dentsu)의 타다시 이시이 회장(Tadashi Ishii), 퍼블리시스(Publicis)의 모리스 레비 회장(Mauris Levy) 등 세계 크리에이티비티 업계와 마케팅 업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6인의 경쟁 기업 회장들이 칸 무대에 서서 반총장의 호소에 맞장구치며 SDGs를 주제로 광고 캠페인 경쟁을 하기로 선언한 것이다. 

WPP 마 틴 소렐 경은 "업계의 치열한 경쟁자들이 이렇게 같은 프로젝트를 한 역사는 없었다. 크리에이티비티 전문가들이 한 마음으로 '인류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 뭉쳤다는 건 SDGs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WPP 창업자 마틴 소렐 경(Sir Martin Sorel)과 (오른쪽) 반기문 UN前사무총장의 모습. ⓒCannes Lions
(왼쪽)WPP 창업자 마틴 소렐 경(Sir Martin Sorel)과 (오른쪽) 반기문 UN前사무총장의 모습. ⓒCannes Lions

이들은 2016년부터 칸 라이언즈에서 국가별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백일장으로 뽑는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의 우승자에게 부문별로 각기 캠페인 펀드를 지원하기로 하고 이 펀드를 통해 SDGs를 위한 광고를 기획하고 집행하기로 했다.

6대 광고회사 회장들, SDGs 캠페인 선언

6인의 회장들의 구체적인 화답을 보자. 

하바스의 야니크 볼로레 회장은 "클린 에너지 등에 관심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에 마술은 없다. 세계 최고의 메시지와 창조적 콘텐츠가 다 여기 칸라이언즈에 있으니 미디어와 협력해 캠페인을 펼치겠다. 우리의 노력이 모든 산업 분야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IPG 마이클 로스 회장(Michael Roth). ⓒCannes Lions
IPG 마이클 로스 회장(Michael Roth). ⓒCannes Lions

IPG 마이클 로스 회장은 물 부족과 접근성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1800만명이 물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IPG는 물 접근성의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2015년부터 시작했다. 유엔과 이미 협약도 했다. 네슬레, 코카콜라 등 물 관련 기업들과 일하고 있는 덕분에 마시는 물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가 미디어를 생산해내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코디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옴니콤의 존 렌 회장은 교육 평등과 기회를 넓히고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아이들 교육 부문을 맡겠다. 크리에이티비티 종사자들에겐 저마다 나눌만한 소중한 경험들이 있다. 우리는 스토리텔러들이다. 교육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특히 아이들과 여성 교육이 중요하다."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회장은 "기후변화 대책에 관한 캠페인을 하겠다. 지구 전체 음식은 남아도는데 굶는 사람은 속출하고 있다. 우린 화학 회사도 농업 회사도 아니지만 공유경제 등 음식의 분배가 지속 가능한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퍼블리시스(Publicis)의 모리스 레비 회장(Mauris Levy). ⓒCannes Lions
퍼블리시스(Publicis)의 모리스 레비 회장(Mauris Levy). ⓒCannes Lions

마틴 소렐 경은 이 무대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광고대행사들에게도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공동인식)가 필요하다. 전세계 35%의 여성이 아직도 불평등을 겪고 있다. 17개의 목표를 세워 재정적인 문제를 푸는데 노력하고 있다. 성 다양성과 평등성이 SDGs을 이루는 전제조건이다. 특히 유럽에서 고립되고 소외되고 있는 난민 이슈에 대해 다른 에이전시들도 동참해 적극 도와 달라"고 했다.

영상 메시지로 토론을 대신한 덴츠의 타다시 이시이 회장은 "크리에이티비티로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짧게 화답했다. 

마지막 마이크를 받은 반 총장은 여성 평등과 성 평등을 다시 강조했다. "여성이 제대로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난다면 인재가 2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건강과 수명 문제를 놓쳐서는 안된다. 실천이 중요하다. 여기 글로벌 광고인들에게 부탁한다. 자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참여와 스토리텔링 능력을 원한다." [칸라이언즈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