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 제일기획 '겟트'부터 에코마케팅 '클럭'까지… 커머스 좇는 광고업계, 새로운 돌파구 될까
[김재인] 제일기획 '겟트'부터 에코마케팅 '클럭'까지… 커머스 좇는 광고업계, 새로운 돌파구 될까
  • 김재인
  • 승인 2020.1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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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2·5위 광고 회사 온라인 쇼핑몰 열고 속속 커머스 사업 진출
디지털 마케팅 회사가 직접 제품을 기획, 생산·판매까지
올 9월까지 4대 매체 'TOP 10 광고주' 중 2개는 인포머셜 회사가 차지

 

겟트 홈페이지. ⓒ제일기획

[김재인 칼럼] 국내 광고 회사, 엄밀히 말하면 고객사의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광고·마케팅 지원을 주업(主業)으로 하는 대행사(Agency)가 무섭게 변신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코로나 위기가 차례로 대행사들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대행사들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커미션 수익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상품으로 매출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커머스 모델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1·2·5 위 종합 광고 회사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경쟁적으로 여는가 하면, 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에서 직접 기획해 생산·출시한 상품이 연이어 히트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광고  업인 인포머셜 기업이 올 9월까지의 4대 매체 광고비 TOP 10 순위에 두 곳이나 올랐다.

국내 최대 광고 회사인 제일기획은 체험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 ‘겟트(GETTT)'를 지난 11월 9일 오픈했다. GETTT는 'GET THE TASTE(취향을 얻어라)’의 약자로 패션의류, 인테리어 소품, 그릇 등을 대여해 써본 다음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신개념 커머스 플랫폼이다. 지난 해 12월 문을 연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 상품 쇼핑몰인 ’제삼기획‘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2위 광고 회사인 이노션도 지난 9월 ’오지랩‘(오지랖과 연구소를 혼합한 단어)이라는 자체 쇼핑몰을 열었는데 직장인의 건강, 미용, 위생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달 7일에는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겸하고 있는 국내 5위 광고 회사 SM C&C도 연예인 이름을 딴 셀럽 브랜드 사이트를 오픈했다.

클럭. ⓒ에코마케팅

디지털 마케팅 회사 에코마케팅은 직접 기획한 안마기 ‘클럭’과 매트리스 ‘몽제’를 시장에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상품의 판매 실적은 상장사인 에코마케팅의 주가에 영향을 줄 정도로 주력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

닐슨 코리아에서 집계한 올 1~9월 4대 매체(TV·라디오·신문·잡지) 광고주 TOP 10에 인포머셜(Infomercial : Information + Commercial) 회사가 두 곳이나 올랐다. 4위를 차지한 ‘인코미디어넷’(917억)과 10위 ‘인포벨’(525억)이 그 주인공. 제품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광고 형태인 인포머셜 회사가 그간 전자·통신·자동차 회사의 단골 무대였던 ‘광고비 TOP 10’에 오른 건 일대 사건이다.

태생부터 판매 지향형인 인포머셜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종합 광고 회사, 디지털 마케팅 회사들이 하나 같이 커머스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

종합 광고 회사가 앞다투어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데는 코로나19로 가속하는 디지털 대전환기에 클라이언트도 소비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온라인 구매가 획기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쇼핑몰 운영을 통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해 클라이언트의 광고 전략과 연계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터이다.

대형 광고사 입장에서 이커머스 사업은 물론 여전히 부수적인 사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기획력과 콘텐츠 제작에서 탁월한 장점을 가진 광고 회사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 기존 쇼핑몰과 차별화된 시장을 만들어내는 충분한 동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드테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연결해 성과를 만드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세인 디지털 업계에서 광고와 커머스는 이미 떼려 야 뗄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광고주와 단순히 커미션을 받는 광고 대행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판매 당 과금(Cost Per Sale)’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고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확보해 자체 상품 기획에 도전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광고 회사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트렌디한 신사업 개척이 상장사로서 주가(株價)나 명성(名聲) 관리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2020년은 디지털 광고비가 전통 매체 광고비를 처음 앞서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까지 덮쳐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 광고 회사가 변신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사업 다각화, 광고주 서비스 강화, 주가와 명성 관리 등 국내 광고 업계가 커머스를 좇는 이유가 어디에 있든 이런 변화의 모멘텀을 잘 살렸으면 좋겠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튼튼한 브랜드 파워 없이는 판매 성과도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본질을 명심하자는 얘기다. [다트미디어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