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광고 대신 친구들 말 들어보고 착한 브랜드 선택하는 시대"
[이성복] "광고 대신 친구들 말 들어보고 착한 브랜드 선택하는 시대"
  • 이성복
  • 승인 2020.12.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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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평판, 검색-채팅으로 결정
‘대화경제’넘어 ‘지속가능경제’시대로

[이성복의 사자吼] 코로나 시대 크리에이티비티가 더 주목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기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평판(Reputation)'을 얻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광고제에서 수상한 캠페인에 대해 크리에이티비티 효과(Effectiveness)를 측정하고 상을 주는 영국광고인협회(IPA)는 크리에이티비티를 강조해 평판을 얻은 브랜드는 논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감성적인 속삭임을 내세운 브랜드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PA에 따르면 광고제에서 수상한 크리에이티브 브랜드는 매출·시장점유율·영업이익 등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지수면에서도 광고제에서 상을 받지 못하거나 수상 실적이 적은 브랜드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브랜드 평판, 소셜미디어로 검색

현대의 소비자들은 이제 대체로 광고나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 '광고가 대개 진실을 말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한 자리수로 떨어지고 있고 '광고가 신제품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응답한 소비자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

반면 사회적 평판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크리에이티비티 효율성 관련 권위자인 뉴질랜드 제임스 허먼은 저서 '상받은 광고가 11배 잘 팔린다(The Case For Creativity)'에서 "여러 시장조사 회사의 매체 신뢰도 조사를 종합해 보니 이미 10여년전부터 '광고보다는 동료나 친구에게 들은 말을 믿는다'는 비율이 50~80%를 상회한다"고 했다.

제임스 허먼(좌)과 그의 저서 ‘상받은 광고가 11배 잘 팔린다(The Case For Creativity)’(우). ⓒ칸라이언즈코리아
제임스 허먼(좌)과 그의 저서 ‘상받은 광고가 11배 잘 팔린다(The Case For Creativity)’(우). ⓒ칸라이언즈코리아

20세기 소비자가 주로 광고가 쏟아내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을 썼다면, 21세기 인터넷 시대엔 대화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평판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 마냥 긍정적이기만한 기업의 광고나 CSR 활동보다 소셜미디어의 긍부정 댓글과 채팅을 통해 브랜드의 평판이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투자하는 기업의 노력은 아직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1990년대부터 바람이 일기 시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은 매우 당위적이고 초기엔 다소 마케팅 효과를 봤다. 노숙자 밥차, 연탄배달 봉사, 노인정 자원봉사 등 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CSR을 활용하면서 문제는 그저 봉사활동 수준의 홍보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네이버에서 '현대자동차'를 검색해 수많은 전문가와 소비자의 댓글과 블로그를 읽고, 카카오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들과 채팅(대화)하며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평판을 순식간에 전달 받는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평가를 검색과 채팅을 통해 두루 살피는 게 일상화가 된 밀레니얼에게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 게시된 착한 일 일색의 CSR 성과는 마치 학술서적처럼 보일 것이다.

CSR마케팅에서 SDGs캠페인으로 

현대의 소비자들은 모바일 대화를 통해 브랜드의 진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미 2010년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에서 '대화경제(conversation economy)'로 이행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2020년 인류는 소셜미디어와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이미 '대화경제'를 지나 '지속가능경제(sustainable economy)'로 넘어가고 있다. 

COVID-19, 즉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의 창궐로 인류가 마주하게 된 비대면 시대의 마케팅과 광고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인류가 함께 살아남아 문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이 '지속가능경제'의 출발선이다. 유엔이 화두를 던지고 경제 활성화의 선행 지표이자 프론티어인 마케팅과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이 먼저 화답을 했다. 세계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의 트렌드와 미래 비전의 엑스포로 여겨지는 칸라이언즈 페스티벌이 발 빠르게 SDGs경제를 주창했다. 

칸라이언즈는 여성인권 캠페인을 기리는 Glass어워드(2015년)와 SDGs어워드(2018년)를 통해 지속가능경제를 위한 크리에이티비티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2015년 칸 라이언즈, Glass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Touch the Pickle

2016년은 세계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에 결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첫 해로 기록될 것이다. 당시 칸라이언즈를 찾은 반기문 유엔(UN) 前 사무총장이 광고계 6대 지주사 회장들과 함께 기업의 브랜드 캠페인에 SDGs 철학을 도입하자는 합의 또는 의지를 다진 해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래 칸라이언즈 수상작들은 SDGs와 무관한 작품이 없을 정도로 '지속가능성'이 브랜드 캠페인의 핵심 이슈가 됐다.

▲2018년 칸 라이언즈, SDGs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Palau Pledge

유엔, 정부, 시민단체들의 할 일로 여겨지던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캠페인에 민간 기업, 특히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이 앞장을 서게 된 것은 2020년 코로나의 위협 앞에 선 인류로서 천만다행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위기가 와도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비티가 인류를 구원할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칸라이언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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