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솔직해서 당혹스러운 크리스마스 광고… "이게 진짜 가족의 사랑"
너무 솔직해서 당혹스러운 크리스마스 광고… "이게 진짜 가족의 사랑"
  • 김수경
  • 승인 2020.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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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타올 브랜드 '플렌티(Plenty)'의 크리스마스 광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엉망진창 가족의 모습, 가감없이 광고에 담아 호평
AMV BBDO 대행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고 완벽하게 정리된 집, 환하게 웃고 있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만을 주로 담아 온 생활용품 광고가 달라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일상 속 불편한 순간들을 포착해 크리스마스 광고에 담은 솔직한 광고가 호평 받고 있다.

24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인 위생용품 기업인 에시티(Essity)의 키친타올 브랜드 '플렌티(Plenty)'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진짜 가족의 사랑을 있는 가감없이 보여주는 '#Xmess' 캠페인을 선보였다. 제목인 'Xmess'는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X-mas'와 엉망진창을 의미하는 'mess'를 합친 것이다.

광고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한 남성이 겪는 끔찍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이 남성은 키친타올로 고양이의 엉덩이를 닦는 할머니, 자신을 향해 토하는 귀여운 아기, 맨 손으로 칠면조의 속을 파내는 할아버지, 자신의 스웨터에 음료를 쏟는 가족, 바닥에 소변 실수를 한 강아지, 화장실 문을 열자 변기에 앉아있는 다른 가족, 자신의 눈 앞에서 대변을 보는 고양이를 연달아 마주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날린 드론에 코를 맞아 코피를 쏟고, 칠면조 요리를 바닥에 엎어 엉망이 된 음식을 먹어야만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하자 에어침대의 공기가 빠지기까지 한다. 인상을 쓸 수 밖에 없는 짜증나는 일이 계속되지만 가족들이 함께 있기에 이 남성은 이를 웃어 넘긴다. 그리고 엉망이 된 순간, 바로 옆에 놓인 키친타올을 집어 깨끗이 뒷처리를 한다. 광고 배경 음악으로 진지한 분위기의 곡인 나자레스(Nazareth)의 'Love Hurts(사랑은 아픔을 줘요)'가 삽입 돼 더욱 큰 웃음을 준다.

광고는 "크리스마스는 항상 엉망친장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 모두의 엉망진창이고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은 가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와 함께 'Xmess' 캠페인은 소비자들에게 엉망진창이 된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공유해 줄 것을 유도한다. 

이 광고는 AMV BBDO가 대행하고 코미디 베테랑인 스티브 로저스(Steve Rogers)가 감독했다.

마티나 풀로파티(Martina Poulopati) 에시티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몇 십 년 동안 티끌 하나 없는 부엌과 트루먼쇼 속 가족들을 봐 왔다"며 "이제는 엉망진창이 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대신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축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플렌티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을 실제 그대로 묘사한 정직함을 택한 최초의 브랜드"라며 "현실은 때때로 엉망진창에 지저분하고 역겨울 때도 있다. 그러나 이는 누군가를 당신의 삶으로 초대했을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들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로저스 감독은 "크리스마스가 실제 있는 그대로 표현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느꼈고 이 광고는 솔직해질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됐다"며 "이상한 것은 엉망진창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해마다 집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는 깊은 가족애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AMV BBDO는 에시티와 함께 기존의 통념이나 선입견을 깨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광고를 통해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에시티의 여성용품 브랜드 '바디폼/리브레스(Bodyform/Libresse)'가 선보인 'Viva La Vulva(외음부 만세)' 캠페인은 여성의 성기에 대한 낭설과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화두를 던지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 캠페인에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 성기들이 등장해 "너는 정말 진귀하고 정말 멋져. 네가 내 것이라서 기뻐. 내가 여자라서 기뻐"라고 노래한다. 광고를 통해 여성의 성기를 수치스러운 것에서 사랑스러운 것으로 바꿨으며 '여성의 몸을 자랑스럽게 해주는 3분짜리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바디폼/리브레스'는 2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이 0%에서 33%로 상승하며 광고를 통해 확실한 비즈니스 성과까지 거뒀다.

이 광고는 지난해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티타늄(Titanium)과 글래스(Glass) 부문 골드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