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사나이2·롤드컵·김호중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극장의 미래를 바꾸는 CGV의 전략
가짜사나이2·롤드컵·김호중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극장의 미래를 바꾸는 CGV의 전략
  • 김수경
  • 승인 2020.10.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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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CGV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 제공하는 것이 목표"
"전 세대 아우르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영역 확장"
CGV 대안 콘텐츠 담당자 방준식 팀장, 박정훈 과장, 변지원 사원 인터뷰
(왼쪽부터) CJ CGV ICECON 콘텐츠사업팀 박정훈 과장, 변지원 사원, CJ 4DPLEX 콘텐츠 비즈팀 방준식 팀장. ⓒ정상윤 기자(이 사진은 실외 공간에서 촬영한 것으로 사진 촬영시에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 장편 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극장이 변하고 있다. 아미밤(방탄소년단 응원봉)을 들고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무비'를 보러 오는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가수 김호중의 팬미팅 무비 '그대, 고맙소'를 관람하는 4050 세대,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응원하러 온 e스포츠 팬, 유튜브 인기 콘텐츠 '가짜사나이2'의 개봉을 기다리는 구독자들의 발길이 전국 CGV로 향하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의 총 공세와 유튜브가 주도하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CGV가 체험형 대안 콘텐츠(Alternative Content)를 앞세운 미래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CJ CGV의 대안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CECON(아이스콘) 콘텐츠사업팀의 박정훈 과장, 변지원 사원, CJ 4DPLEX 콘텐츠 비즈팀의 방준식 팀장을 최근 서울 용산 CGV에서 만났다. 

CJ CGV ICECON 콘텐츠사업팀 변지원 사원. ⓒ정상윤 기자

변지원 사원은 "평일 낮과 같이 극장 객석률이 저조한 시간대를 겨냥해 영화와 차별화 된 강연과 공연, 오페라, 뮤지컬과 같은 문화 예술 콘텐츠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10월 아이스콘팀이 꾸려지면서 본격적으로 극장용 대안 콘텐츠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훈 과장은 "지난 2012년 최초로 롤드컵 중계를 시작했고 CGV 청담에서는 뮤지컬과 영화를 결합한 '위대한 개츠비' 오픈 세러머니 공연을 펼쳤다"며 "올해부터는 CGV만의 기술력이 담긴 스크린X와 협업해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극장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CGV의 스크린X는 정면 스크린을 넘어 좌우 벽면까지 3면이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다면상영특별관이다. 세계 최초 순수 토종 기술로 국내외 총 122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터키, 일본, 프랑스 등 글로벌에서 약 380여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모션 체어를 활용한 오감체험관인 4DX관까지 합하면 1100여개의 특별관이 운영되고 있다.

방준식 팀장은 "지난 2018년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당시 약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스크린X를 통해 관람했다"며 "특별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가능성을 그 때 확인했다. 방탄소년단(BTS)을 통해 K팝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뜨면서 대안 콘텐츠에 대한 해외 니즈도 증가하고 있어 시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CJ 4DPLEX 콘텐츠 비즈팀 방준식 팀장, CJ CGV ICECON 콘텐츠사업팀 변지원 사원, 박정훈 과장. ⓒ정상윤 팀장
(왼쪽부터) CJ 4DPLEX 콘텐츠 비즈팀 방준식 팀장, CJ CGV ICECON 콘텐츠사업팀 변지원 사원, 박정훈 과장. ⓒ정상윤 기자

이후 CGV는 극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발굴해 기획하고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한다. 콘서트, 팬미팅, e스포츠 중계, 뮤지컬, 오페라는 물론 최근에는 유튜브 콘텐츠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극장에서의 체험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콘텐츠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개봉한 '공포체험라디오 4DX'는 유튜브의 공포 콘텐츠 크리에이터 돌비와 함께 협업해 제작했으며, 피지컬갤러리의 '가짜사나이2'는 다음 달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변 사원은 "CGV의 4DX, 스크린X와 결합했을때 효과가 가장 극대화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기획한다"며 "다른 곳이 아닌, 오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경험을 제공해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서울에만 집중돼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전국적으로 넓히는데도 대안 콘텐츠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국 CGV에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콘서트, 뮤지컬, 무용, 연극, 판소리와 같은 다양한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고객들의 선택지를 넓혀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영화와 달리 대안 콘텐츠에는 이미 탄탄한 고정 팬들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홍보·마케팅 비용으로도 모객이 가능하다. 일반 영화에 비해 객석 점유율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변 사원은 "BTS와 김호중 씨는 어마어마한 팬덤이 있고, 롤드컵도 e스포츠 마니아 층이 상당히 두텁다"며 "팬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극장 상영 소식을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바이럴하면서 대안 콘텐츠의 객석 점유율은 일반 영화를 상회한다"고 덧붙였다. 

CJ 4DPLEX 콘텐츠 비즈팀 방준식 팀장. ⓒ정상윤 기자

CGV의 이같은 새로운 시도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며 극장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방준식 팀장은 "2018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실황 '러브유어셀프 인 서울'은 당시 글로벌 4800관에 깔리며 박스오피스를 점령했고 현재 상영중인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가수 김호중의 첫 팬미팅 무비 '그대 고맙소'는 4050 세대를 극장으로 이끌며 트로트 콘텐츠의 성공적인 신호탄을 쐈다"고 밝혔다.

이어 "극장은 어느 시설보다 더 방역을 철저히하고 좌석 띄어앉기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콘서트에 가지 못하는 팬들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며 "BTS와 김호중 팬클럽의 대표 색상이 모두 보라색으로 같다. BTS를 응원하는 102030세대와 김호중을 응원하는 405060세대가 나란히 보랏빛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으며 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을 때 뿌듯함과 함께 묘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안 콘텐츠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극장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콘텐츠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사업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박정훈 과장은 "극장에서 라이브 중계 시스템을 구현하는 부분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극장용으로 재가공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며 "파트너들과도 일반적인 영화사-배급사의 관계가 아니다보니 극장 산업의 구조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음 달 11일 개봉을 앞둔 '가짜사나이2'는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대안 콘텐츠로 꼽힌다.

방준식 팀장은 "가짜사나이2는 높은 화제성을 떠나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극장에서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피지컬갤러리와 모든 촬영을 함께 진행한만큼 CGV만의 새로운 시선에서 탄생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서 보는 가짜사나이2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극장에서 돈을 내고 볼 가치가 있는 영화적인 내러티브를 담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CJ CGV ICECON 콘텐츠사업팀 박정훈 과장, 변지원 사원, CJ 4DPLEX 콘텐츠 비즈팀 방준식 팀장. ⓒ정상윤 기자

OTT 채널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코로나19로 신작 개봉 영화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전세계 극장 산업은 현재 큰 위기를 맞았다. 세계 2위 영화관 체인 시네월드는 미국과 영국 내 모든 상영관 운영을 잠정 중단했고 미국 내 1위 영화관 체인인 AMC는 올 연말께 현금 유동성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GV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맞았지만 지금의 위기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변 사원은 "상영할 영화가 없다는 것은 그 빈자리를 대신 할 새로운 대안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만큼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라며 "CGV의 슬로건인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이 의미하는 것처럼 대안 콘텐츠를 통해 극장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예술과 공연, 미디어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정말 많이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모두 보류됐다"며 "향후에는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마이클 잭슨이나 휘트니 휴스턴 같은 전설적인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안 콘텐츠도 기획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방 팀장은 "영화관이 주는 감동은 TV나 노트북으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며 "오직 CGV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전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