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임신·신용카드 정보까지?… 애플이 '과잉 공유'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방법
이혼·임신·신용카드 정보까지?… 애플이 '과잉 공유'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방법
  • 김수경
  • 승인 2020.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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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담은 신규 광고 온에어
TBWA 미디어 아트랩(Media Arts Lab) 대행
애플, 강화된 사생활 보호 기능 도입은 내년 초로 연기키로

애플(Apple)이 아이폰(iPhone)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강조하는 재미있는 신규 광고를 공개했다.

7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공개한 '과잉 공유' 광고를 통해 너무 쉽게 개인 정보를 과잉 공유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익살스럽게 보여준다.

광고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신용 카드, ID와 비밀번호, 이혼 변호사 검색, 임신 테스트 현황, 직장 동료 험담과 같은 민감한 자신의 정보를 버스와 사무실, 화장실, 공원, 길거리, 영화관 등에서 크게 소리치며 알린다. 어떤 사람은 확성기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들리도록 자신의 개인 정보를 외친다.

이 광고는 넘쳐나는 '과잉 정보'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유출할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며 짜증나게 한다는 것도 보여준다.

광고에 등장하는 각 장면은 아이폰이 제공하는 특별한 개인정보 보호 기능과 관련이 있다.

직장에서 뒤에 앉은 다른 직장 동료에 대해 험담을 하는 장면은 아이폰의 아이메시지(iMessages)가 애플이 아닌, 오직 발신자와 수신자만 볼 수 있도록 암호화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한 장면에서는 버스에 탄 한 남성이 주변 승객들에게 "나는 오늘 이혼 변호사를 찾기 위해 8개의 사이트를 검색했어요"라고 외친다. 이는 아이폰 사파리(Safari)의 '지능형 추적 방지' 기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파리'는 이용자가 방문한 사이트가 검색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을 스토킹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한 여성이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외치고,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의 임신 테스트기 구매 내용을 말하는 장면은 애플이 오직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이같은 정보를 남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애플은 이 광고를 통해 '스마트 기기'와 '프라이버시(privacy)'라는 개념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애플은 고객의 데이터를 수익화하는데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한다.

애플은 광고 말미에 "어떤 건 혼자만 알아야 하니까. iPhone이 지킬 수 있게 도와주죠. 개인정보보호, iPhone이니까"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와 함께 애플의 로고인 사과의 꼭지 부분은 자물쇠 모양으로 처리 돼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광고는 애플의 전담 광고대행사인 TBWA 미디어 아트랩(Media Arts Lab)이 대행했다.

애드에이지는 애플이 다소 아쉬운 시기에 이 광고를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당초 올 가을께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 14에 강화된 사생활 보호 기능을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이 기능 도입을 내년 초까지 연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광고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iOS는 기기마다 IDFA라는 고유한 식별표시를 부여하고 광고주들은 이를 활용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이용자들의 검색 기록,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내보낸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애플이 추가하고자 했던 강화된 사생활 보호 기능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어떤 앱을 처음으로 이용할 때 이 앱이 IDFA에 접근을 허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새로운 운영체제가 활성화되면 사용자들에게 앱별로 추적을 허용 또는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며 "다만 우리는 개발자가 이 시스템에 대해 변경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시간을 제공해 내년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앱 개발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애플이 이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이용자들이 광고주 측에 자신의 활동기록을 공유하지 않는 쪽을 더 많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모바일 광고 업계의 매출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