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도 힙하게"… 레깅스·크롭톱 입고 인증샷 찍는 MZ세대, BAC에 꽂히다
"등산도 힙하게"… 레깅스·크롭톱 입고 인증샷 찍는 MZ세대, BAC에 꽂히다
  • 김수경
  • 승인 2020.06.08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행, 단순 트렌드 아닌 본성 발견하려는 사람들의 회귀 본능"
블랙야크알파인클럽 기획·운영하는 김정배 부장 인터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블랙야크100대명산' 인증샷.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블랙야크100대명산' 인증샷. ⓒ인스타그램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가 등산에 빠졌다. 이들은 등산복 대신 레깅스와 크롭톱(crop top)을 입고 산에 올라 SNS에 올릴 힙한 인증샷을 찍는다. 많은 이들의 인증샷 속엔 '블랙야크알파인클럽(BAC)' 인증 타월이 들려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Blackyak)가 국내 최대 규모 산행 커뮤니티 '블랙야크알파인클럽(이하 BAC)'을 통해 MZ세대를 산으로 이끌고 있다. 소위 '어르신'들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등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안전하면서도 힙한 트렌드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BAC'를 기획해 운영하고 있는 김정배 블랙야크 부장을 서울 블랙야크 본사에서 만났다.

엄홍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에 오르던 전문 산악인으로 활동한 김정배 부장은 지난 2011년 블랙야크에 입사해 BAC 아이디어를 기획했다.

김정배 블랙야크 부장. ⓒ권창회 기자
김정배 블랙야크 부장. ⓒ권창회 기자

김정배 부장은 "2000년대 초반, 전세계 사람들을 이어주는 인적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facebook)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페이스북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게 BAC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블랙야크는 2013년 BAC의 시초인 '마운틴북'을 론칭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나누고 아웃도어 활동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사이트였다.

김 부장은 "과연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지 걱정이 컸다"며 "당초 3000명이 목표였는데 순식간에 모집이 완료됐다. 이후 가입 문의가 빗발치면서 마운틴북에서 BAC로 이름을 바꾸고 100대 명산을 소개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프로그램을 확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부터 회원수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15만 명을 넘어선 국내 최대 커뮤니티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BAC 가입자는 2019년 4월 10만명 돌파 이후 1년 만에 4만명이 넘게 유입됐으며 6월 1일 기준 15만8000명을 넘어섰다. BAC 프로그램의 올해 5월 인증 수는 4월 대비 37% 증가했다. 

BAC는 최근 MZ세대의 신규 유입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BAC가 추천한 100대 명산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등산을 시작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BAC 회원의 60%는 4050세대지만 최근 2030 세대 유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BAC 신규 가입자는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이 중 2030 세대 비중은 50% 이상이다. 특히 2030 여성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2030 세대에서 여성 비중이 사상 최초로 남성을 앞질렀다.

김정배 블랙야크 부장. ⓒ권창회 기자
김정배 블랙야크 부장. ⓒ권창회 기자

김 부장은 "등산은 젊은 사람에게 적합하고 이들이 좋아할만한 액티비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이드신 분들이 하는 운동으로만 인식됐다"며 "최근 인증샷을 통해 등산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커뮤니케이션이 늘면서 BAC가 젊은층의 등산 문화를 다시 한 번 부흥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등산이 요즘 갑자기 뜬 트렌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등산은 도시화, 산업화되는 현실 속에서 잃어가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의 회귀 본능과도 같다"며 "등산을 좋아하는 젊은층은 항상 존재해왔고, 최근 SNS 인증샷 문화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야크는 BAC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더욱 건강한 등산 문화를 만들기 위해 100대 명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행시 텀블러 사용하기, 1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쓰레기 주우며 산 오르기 등 '클린마운틴 365' 운동도 8년째 함께 펼치고 있다.

그는 "BAC는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적어도 10년 이상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며 "최근에는 100대 명산에 이어 섬에서의 아웃도어 경험을 위한 '섬앤산100'과 접근도가 좋고 난이도가 평이한 '명산 100 플러스' 등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정배 블랙야크 부장. ⓒ권창회 기자
김정배 블랙야크 부장. ⓒ권창회 기자

김정배 부장은 8년째 BAC를 운영해오면서 등산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뿌듯함을 느낀다.

김 부장은 "친형은 그간 산에 한 번도 가지 않았을 정도로 등산에 취미가 없었다. 자신의 동생이 BAC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며 "그러던 어느 날 BAC 100대 명산을 아냐고 물으며 정말 잘 만든 것 같다는 얘길 했다. BAC를 통해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벌써 30개의 명산에 올랐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에 관심이 없던 친형이 BAC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되고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다"며 "이처럼 아웃도어 활동을 통해 현대인들이 잃어가는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주는 것이 BAC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BAC는 단순히 인증샷을 찍은 사람에게 포인트를 주는 앱을 넘어, 아웃도어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커뮤니티가 되고 싶다"며 "BAC 100대 명산을 오르며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