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사망 사태 속 나이키·유튜브가 보여준 '브랜드 액티비즘'
美 흑인 사망 사태 속 나이키·유튜브가 보여준 '브랜드 액티비즘'
  • 김수경
  • 승인 2020.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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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자들, 기업에 "말보다 행동하라" 요구
기업의 사회적 참여 기대 높아져… 지속성·진정성이 핵심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 현장. ⓒNBC 유튜브 영상 캡쳐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살해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브랜드가 양심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처럼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글로벌 광고전문지 애드위크(Adweek) 보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단순히 해당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전까지 브랜드가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최근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요구가 어느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루이스 윌리암스(Lewis Williams) 버렐 커뮤니케이션즈(Burrell Communications)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Chief Creative Officer)는 "소비자들은 기업이 추가적으로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무언가를 바꿔야만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흑인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젊은 시위자들에 주목했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루이스 윌리암스 CCO는 "젊은층은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이들은 기업이 그저 말하는 것을 넘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고 행동을 바꿔야만 한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직후 곧바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Don't Do It'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광고는 나이키의 브랜드 슬로건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변형한 것으로 "이번만은 하지 마라(Don't Do It). 미국에 문제가 없는 척 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나이키는 "인종차별에 등을 돌리지 마라. 우리에게서 무고한 목숨이 빼앗기는 걸 받아들이지 마라. 더 이상 변명하지 마라. 이것이 당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강조하며 "더이상 뒤에서 침묵하지 마라. 당신이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 마라. 우리 모두 변화의 일부가 되자"라고 역설한다.

나이키의 경쟁 브랜드인 아디다스(adidas)는 공식 트위터에 나이키의 'Don't Do It' 캠페인을 리트윗하고 SNS 계정에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아디다스는 인종주의를 뜻하는 'RACISM'이라는 단어 가운데 붉은색 선을 그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라,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홈페이지에 "우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색 인종과 연대한다. 인종 차별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정부, 시민 사회와 협력하길 바란다.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사회정의에 대한 선언문을 공개했다.

또 다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underarmour)도 "우리는 평등을 지지한다"라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나이키가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저스트 두잇' 30주년 기념 광고 '드림 크레이지(Dream Crazy)' 모델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인 콜린 캐퍼닉을 기용했다. 캐퍼닉은 2016년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을 비판하기 위해 경기를 앞두고 치러진 국민의례에서 기립하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어 논란이 된 인물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캐퍼닉을 비난했고 캐퍼닉이 광고 모델로 발탁되자 일부 미국인들은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는 등 불매 운동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는 꾸준히 광고를 통해 민감한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냈고 이는 소비자들의 지지로 이어졌다. 나이키의 광고는 오랜 파트너사인 위든+케네디(Wieden + Kennedy Portland)가 대행을 맡았다.

ⓒYouTube
ⓒYouTube

나이키 외에도 미국 내 주요 제조업체를 비롯한 대형 기업과 유명 인사들은 SNS 채널을 통해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에 만족하는 대신 "지갑을 열어라(open your purse)"라고 답하며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기업에 요구했다.

이에 유튜브(YouTube)는 공공 안전과 인종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연구 조직인 미국 치안 평등 센터(Center for Policing Equity)에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유튜브는 이번 기부에 대해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사회적 부정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도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50만 달러는 관련 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50만 달러는 흑인 소유의 회사에 보조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HBO맥스,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 구찌(Gucci)와 루이비통(LouisVuitton), 마이클 코어스(MichaelKors)도 공식 SNS를 통해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세계 3대 음반사인 워너 레코즈, 유니버설 뮤직, 소니 뮤직 등 대형 음반사들과 스포티파이(Spotify), 컬럼비아 레코즈, 캐피톨 레코즈 등 음악 관련 회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을 '블랙아웃 화요일(Blackout Tuesday)'로 명명하고 모든 업무를 중단한 뒤 인종차별 반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마존(Amazon)은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에 "흑인 이웃과의 연대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올렸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핑계로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직원들을 해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펼치는 브랜드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다"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액티비즘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기업과 브랜드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거나 나서서는 안된다"며 "일관되고 꾸준한 브랜드 액티비즘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