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WA파리 제작 대행
"과도한 노출이 동의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A fragment of nudity doesn't mean consent)"
프랑스의 여성인권단체 핸즈어웨이(HansAway)가 길거리 성폭행·성추행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광고를 선보였다. 과도한 노출을 한 여성이라도 성폭행이나 성추행의 대상이 되도록 동의한 적이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26일 글로벌 광고 사이트 애즈오브더월드(adsoftheworld)에 따르면 핸즈어웨이는 노출있는 의상을 입은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프린트 광고를 최근 선보였다.
광고 속 여성들은 짧은 치마,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의상, 엉덩이나 가슴 등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딱 붙는 옷을 입고 있다. 여성들의 사진 위로는 "This is not consent(동의하지 않았습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이 결코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핸즈어웨이는 여성으로 태어나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몇 년 간 공공 장소에서의 성 차별적 괴롭힘이나 성폭행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에 따르면 여성의 약 86%는 길거리에서 성적인 괴롭힘 피해를 당한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핸즈어웨이는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 여성들이 오히려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해 여성의 외모나 옷차림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종종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대한 정당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핸즈어웨이 측은 "과도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었다는 사실이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간주 되어서는 안된다"며 "모든 여성들에겐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가 있으며 어떠한 복장도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핸즈어웨이는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성희롱과 성폭행 문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번 광고는 노출있는 옷을 입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고 여성들의 복장의 자유를 응원하기 위해 제작했다. TBWA 파리(Paris)가 제작 대행을 맡았다.
프랑스는 지난 2018년 8월,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면서 성적인 농담을 던지거나 신체 접촉을 하는 이른바 '캣콜링(cat-calling)'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90∼750유로(한화 약 11만~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법안에는 여성의 외모와 복장에 대한 언급, 불쾌한 질문, 원치 않는 동행, 여성의 속옷을 몰래 촬영하는 몰카 등을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포르투갈과 벨기에, 페루, 아르헨티나, 필리핀도 길거리 성희롱과 캣콜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