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대신 유튜브 여는 시대, 크리에이터 소속사 샌드박스는 무슨 일을 할까?
치킨집 대신 유튜브 여는 시대, 크리에이터 소속사 샌드박스는 무슨 일을 할까?
  • 김수경
  • 승인 2020.02.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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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종합 컨설팅, 제작, 콘텐츠 등 사업 영역 지속 확대
매년 매출 2배 상승, 올해 1200억원 목표
이영민 샌드박스네트워크 COO 부사장. ⓒ박성원 기자
이영민 샌드박스네트워크 COO 부사장. ⓒ박성원 기자

#퇴사 후 치킨집 창업을 꿈꾸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전국민이 유튜버를 꿈 꾸기 시작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 정치인, 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유튜버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생 희망직업 조사 결과에서 운동선수, 교사에 이어 '크리에이터'가 3위를 차지했다. 유튜브 수익으로 빌딩을 사고 한 달 만에 수억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유튜버들의 인증은 '로또'보다 더 현실적인 새로운 성공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유튜버 전성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최근 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소속사 격인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MCN 대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 본사를 방문해 이영민 COO(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을 만났다.

샌드박스는 도티, 풍월량, 겜브링, 떵깨떵, 장삐쭈 등 인기 크리에이터는 물론 최근엔 유병재, 카피추, 김구라 등 연예인까지 유튜버로 영입하며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영민 COO는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들의 소속사로서 연예인 관리와 비슷한 매니지먼트 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 운영,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종합적인 컨설팅을 아우르고 있다"며 "쉽게 말해 크리에이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COO는 샌드박스의 대표 크리에이터 중 한명인 '장삐쭈(창작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장삐쭈'는 샌드박스에 들어오기 전, 애니메이션 작업은 물론 더빙과 편집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감당해왔다"며 "현재는 애니메이션 작가와 시나리오 작가, 편집자 등 6명의 전문 인력이 '장삐쭈' 전담 팀에 소속 돼 있고 '장삐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삐쭈'는 샌드박스 영입 당시 유튜브 구독자 수 15만명에서 현재 215만 명을 보유한 밀리언 창작자로 성장했다.

게임 크리에이터 '풍월량', '한동숙', 코미디 크리에이터 '흔한남매', '총몇명', 먹방 크리에이터 '떵개떵', '엠브로', '권회훈', '나름', 음악 크리에이터 '라온', 라이프스타일 '온도' 등도 샌드박스 소속이 된 후 더 폭넓은 시청자를 확보했다. 최근 소속 크리에이터가 된 '카피추'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현재 구독자 수 34만 명을 넘어섰다.

이 COO는 "혼자서 채널을 운영할때보다 샌드박스에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더 많은 사업 기회, 협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신뢰를 쌓아가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제는 '과나' 같은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먼저 찾는 회사가 됐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민 샌드박스네트워크 COO 부사장. ⓒ박성원 기자
이영민 샌드박스네트워크 COO 부사장. ⓒ박성원 기자

샌드박스는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를 공유하는 것을 주요 사업 모델로 한다. 국내 유튜브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려 샌드박스도 매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샌드박스의 매출은 282억원에서 지난해 608억원, 올해는 1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MCN 업체 중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다.

이영민 COO는 "전통매체라 불렸던 TV와 뉴미디어로 분류되는 유튜브 간 경계가 점차 사라지면서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유병재, 김구라와 같은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개설하고 크리에이터 '도티'가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면서 디지털과 유튜브 생태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샌드박스에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 대형 연예기획사, 콘텐츠 제작사가 해오던 전통적인 업무를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 샌드박스만의 차별점"이라며 "앞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역량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드박스는 올해 동남아와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며 최근에는 사내에 '데이터 랩' 부서를 신설하고 개발자 인력을 2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각 크리에이터들에게 맞는 분석적이고 균등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MCN 기업의 최근 화두"라며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콘텐츠 테크를 이루는 것도 하나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튜버에 대한 규제와 제약이 엄격해지고 있다. 유튜브 운영 기준에 위배되는 콘텐츠에는 소위 '노란딱지'가 붙고 키즈 유튜브엔 댓글이나 맞춤형 광고가 금지됐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인기 유튜버들에겐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책임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튜브 규제나 제약이 커질수록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며 "법적인 문제나 사회적 문제 등 크리에이터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돕고 이에 대한 정기 교육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 "유해한 콘텐츠나 규정에 어긋나는 콘텐츠에 대한 정화작업은 디지털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샌드박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건강한 즐거움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민 샌드박스네트워크 COO 부사장. ⓒ박성원 기자
이영민 샌드박스네트워크 COO 부사장. ⓒ박성원 기자

이영민 COO는 크리에이터를 꿈 꾸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도 전했다.

그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유튜브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그들이 가진 엄청난 열정과 창의력, 의지, 성실함이 성공의 비밀"이라며 "수익성보다는 자신만의 콘텐츠에 집중해 꾸준히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COO는 "내부적으로 '인에이블러(enabler)'라는 용어를 만들어 '가능케 하는자'가 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샌드박스는 유튜버를 꿈 꾸는 사람,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꿈을 가능케 해주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샌드박스는 스타 크리에이터 '도티'와 구글 출신의 이필성 대표가 공동 창업한 회사로 톱 크리에이터 363개 팀이 소속돼 있다.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샌드박스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약 10~15%에 달한다. 샌드박스 소속 크리에이터의 전체 구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억명 이상, 월 평균 영상 조회수는 21억6000회를 상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