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패딩, 뜬금없다구요?… 67년 된 브랜드의 생존 마케팅
곰표패딩, 뜬금없다구요?… 67년 된 브랜드의 생존 마케팅
  • 김수경
  • 승인 2019.1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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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 올드 아닌 클래식 되고파" 김익규 대한제분 영업 3·4팀 팀장
"브랜드 헤리티지에 진정성 담아 늘 곁에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곰표 패딩. ⓒ4XR
곰표 패딩. ⓒ4XR

최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곰표 패딩'이 등장했다. 대형 밀가루 포대와 꼭 닮은 투박한 디자인에 가슴 쪽엔 크게 '곰표'라는 한글이 새겨져있다.

'이걸 누가 입어?'라는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곰표패딩'에 열광했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엔 '곰표패딩' 구매 후기와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왜 뜬금없이 패딩을 만들었을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곰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김익규 대한제분 영업 3·4팀 팀장을 만나 비하인스 스토리를 공유했다. 

김익규 팀장은 곰표가 이렇게 갑자기 주목받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김 팀장은 "곰표는 지난 1952년 탄생한 브랜드인데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처음"이라며 "곰표패딩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1992년 대한제분에 입사한 김 팀장은 '곰표'의 역사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 봐 왔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곰표 로고, 관련 사진 등을 직접 수집할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마케팅 업무를 해 본적은 없었지만 2017년 말 마케팅을 총괄하게 되면서 '곰표'를 어떻게 다시 재활성화 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먼저 TF팀을 꾸려 '곰표' 브랜드의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브랜드 현황을 조사해보니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8~9명은 곰표를 알고 있었다"며 "인지도는 높은데 잊혀진 브랜드.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곰표 브랜드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 중 일부는 클래식 반열에 오르고 나머지는 그냥 올드한 이미지만 남는다"며 "곰표는 올드함이 아닌, 클래식한 브랜드로 다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전했다. 

곰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다양한 브랜드. ⓒ각사
곰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다양한 브랜드. ⓒ각사

곰표의 새로운 마케팅이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CJ CGV와 함께한 '왕곰표 팝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20kg 짜리 곰표 밀가루 포대에 팝콘을 가득 담아 선착순으로 5000원에 판매하는 행사였다. 며칠 뒤 입소문을 타고 새벽 6~7시부터 '왕곰표 팝콘'을 사기 위해 CGV엔 긴 줄이 섰고 제품은 모두 완판됐다.

이후 곰표는 CU 곰표 오리지널 팝콘, 애경 곰표 2080치약, 스와니코코 곰표 밀가루 쿠션, 4XR 곰표 패딩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며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제품을 '인증'하며 곰표의 컬래버레이션에 적극 동참했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엔 곰표만의 기준과 철칙이 숨어있다. 

김 팀장은 "곰표는 밀가루 브랜드이며 브랜드 코어 아이덴티티가 '즐거운 요리 동반자'인데 이 속성에 잘 맞는지, 젊은층이 즐거워할만한 것인지가 협업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며 "곰표의 상징인 북극곰은 하얀 털을 갖고 있으며 항상 환하게 웃는 귀여운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와도 잘 맞는 제품인지가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작정 인기를 끌만한 협업이 아니라, 곰표가 만들면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런 우리만의 철저한 기준을 갖고 협업을 해왔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사실 곰표 매출의 약 95%는 기업 간 거래(B2B)가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표가 이처럼 소비자들과의 소통에 공을 들이는 것은 브랜드 생존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다. 젊은 소비자들에게서 점점 잊혀지면 언젠가 B2B 기업도 곰표를 외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김익규 팀장은 "지난 67년 간 감사하게도 소비자들은 곰표 브랜드를 잊지 않고 기억해줬다"며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이제는 곰표가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재미를 충족시키고 이를 자발적으로 확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모두가 곰표를 재밌게 갖고 놀기를 바란다"며 "일상에서 곰표를 만지고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컬처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곰표는 최근 컬래버레이션을 넘어 진정성을 담은 자체 브랜드 콘텐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 홈페이지를 개편해 빵 레시피를 선보이고 인스타그램에선 숨겨진 '갓빵'을 찾는 '대한빵지도2019'를 제작하고 있다.

또 제빵사, 셰프들의 작업복을 디자인한 '밀가룩' 화보 동영상을 선보이는 등 곰표 브랜드를 확장시킨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익규 팀장은 "곰표패딩, 곰표쿠션 등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넥스트 스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선배들이 67년 간 만들어 온 곰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살리면서 진정성을 담은 브랜드 활동이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즐거운 요리 동반자'로서 곰표는 진정성있는 길을 고객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와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 시간이 지나도 늘 우리 곁에 있는 클래식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