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광고에 슈퍼 히어로가?… "콘덴싱은 브랜딩의 승리" 이승환 HS애드 CD
보일러 광고에 슈퍼 히어로가?… "콘덴싱은 브랜딩의 승리" 이승환 HS애드 CD
  • 김수경
  • 승인 2019.11.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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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의 연료비·효율성 따지던 광고 벗어나 장기적 관점의 브랜딩 추구"
"브랜드 퀄리티에 집중, 생활환경 파트너로서의 메시지 전할 것"
이승환 HS애드 CD. ⓒ정상윤 기자
이승환 HS애드 CD. ⓒ정상윤 기자

"아빠가 뭐하시는데?"

"우리 아빠는요 콘덴싱 만들어요!" 

광고 한 편으로 국내 보일러 광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브랜드가 있다. 경동나비엔은 광고를 통해 '콘덴싱'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분명 지구를 지키는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광고를 제작한 이승환 HS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이하 CD)를 만났다.

그간 국내 보일러 광고는 연료비 절감과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보일러는 B2C를 주력으로 하는 제품도 아닌데다 집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보일러실 속에 숨겨져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도도 낮은 편이었다.

이승환 CD는 "국내에서 보일러는 가격이 싸고 연료 효율이 높으면 좋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최근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보일러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동나비엔은 30여년 전 국내 최초로 콘덴싱 기술을 도입한 만큼 광고를 통해 친환경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고 싶었다"며 "2015년부터 이전 광고 스타일을 벗어나 경동나비엔만의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광고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보일러 기술을 알리는 광고 아이디어를 짜다 보니 푸른 하늘과 깨끗한 지구 등 환경을 강조하는 여타의 광고들과 자칫 비슷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CD는 "마블 영화가 한창 인기가 많았는데 환경을 지키는 슈퍼히어로를 등장시키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탄생한 광고가 대박이 났다"고 전했다. 

이승환 HS애드 CD. ⓒ정상윤 기자
이승환 HS애드 CD. ⓒ정상윤 기자

당시 경동나비엔이 선보인 '콘덴싱이 옳았다 우리 아빠는요 편'은 보일러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광고 속엔 천진난만한 아이가 등장해 자신의 아빠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는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 미세 먼지를 엄청 줄이고 나쁜 연기도 없애서 공개를 맑게 해준대요. 소나무를 많이 많이 심어서 지구를 시원하게 해주고요. 북금곰을 살려준대요"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다 들은 선생님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빠가 뭐하시는데?"라고 묻자 아이는 "우리 아빠는요 콘덴싱 만들어요"라고 답한다. 

이 광고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웃음을 선사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광고를 패러디하는 등 예상치못한 인기를 끌었다. 

이승환 CD는 "콘덴싱 광고 캠페인은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기획했다"며 "기존 보일러 광고를 벗어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친환경 보일러 기술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다소 파격적인 광고를 선보이면서 고민도 많았다. 보일러 광고에 슈퍼 히어로가 등장해 하늘을 날아다니고 북금곰을 구하는 것이 당시로선 엄청난 변화였기 때문이다.

이 CD는 "광고주의 신뢰와 지지가 없었다면 절대로 나오지 못했을 광고"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브랜딩을 꾸준히 추구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준 광고주에게 고마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승환 HS애드 CD. ⓒ정상윤 기자
이승환 HS애드 CD. ⓒ정상윤 기자

경동나비엔은 최근 신규 광고를 온에어했다. 내년부터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는 시점에 맞춰 '콘덴싱이 옳았다' 편을 선보였다.

이 광고엔 딸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는 아빠(오정세)와 못질을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딸이 아빠에게 "아빠, 엄마가 콘덴싱으로 바꿀거래"라고 말하자 아빠는 "엄마 마음대로? 에이, 그런 법이 어딨어"라고 말한다. 엄마는 "그런 법 있거든?"이라고 말하며 콘덴싱 설치 의무화에 대해 전한다. 

이승환 CD는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법제화 된 사실을 광고 속에 담았다"며 "광고는 생활의 거울이라고 불리듯 콘덴싱 의무화와 가족 내 엄마와 아빠의 고정적인 역할 등 바뀌어가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30여년 동안 꾸준히 국내에 콘덴싱을 알려온 경동나비엔의 방향성이 결국엔 옳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앞으로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광고를 넘어 친환경 생활 환경 파트너로서의 브랜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CD는 지난 2001년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급변하는 광고업계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절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부분이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고 새로운 세대를 마주하는 등 광고업계 내 변화의 파도가 세다"며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기존 선입견을 흔들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 본질에 가까운 핵심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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