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만들던 회사가 BTS와 공연을?… 하버드도 주목한 CJ의 문화사업
설탕 만들던 회사가 BTS와 공연을?… 하버드도 주목한 CJ의 문화사업
  • 김수경
  • 승인 2019.08.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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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지난 20년간 7조5천억원 이상 문화사업에 투자
케이콘, 세계 최대의 한류 축제 브랜드로 성장… 지속 투자
2014년 케이콘 LA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BTS). ⓒCJ ENM
2014년 케이콘 LA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BTS). ⓒCJ ENM

[미국 로스앤젤레스 = 김수경 기자] 지난 201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버라이즌 앰피시어터에 K팝을 좋아하는 1만명이 모여들었다. 당시 인기를 누리던 포미닛과 뉴이스트, b.a.p., exo-m, vixx, gna 등 K팝 스타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 해 7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발매 돼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K팝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던 시기였지만 당시 음악 업계에선 반짝 유행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가며 돈도 되지 않는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핀잔도 쏟아졌다. 

그렇게 모두의 우려속에 시작됐던 미국 최초의 K컬처 페스티벌 CJ ENM의 'KCON(케이콘)'은 올해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넘어섰고 K팝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대중적인 음악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과거 케이콘 무대에 6차례 섰던 방탄소년단(BTS)은 현재 전세계 무대를 휩쓸며 K팝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K팝은 이제 신드롬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됐다. 

설탕제조업에서 시작한 CJ(옛 제일제당)는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K컬처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CJ그룹의 문화사업은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는 당시 신생 헐리우드 스튜디오였던 드림웍스에 3억 달러(한화 약 3500억원)를 투자하면서 영화 사업을 시작했다.

CJ 관계자는 "당시 투자비는 제일제당 연매출의 20%가 넘는 금액이었다"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CJ는 지난 20년간 문화의 산업화와 글로벌화를 위해 극장,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문화 사업에 대해 뚝심 있는 투자를 지속했다. 수치적으로 합산 가능한 투자 금액은 7조5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CJ그룹은 1995년 8월 제일제당 내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8년 4월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열고 영화산업의 전환기를 불러왔다. 

CJ 측은 "처음 멀티플렉스 설립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드림웍스 투자를 결정한 시점부터였다"며 "국내 영화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멀티플렉스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J ENM이 투자 배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올해 5월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국내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고 문화로 국격을 높였다"며 "영화와 음악, 드라마 등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했다. 

CJ는 영화에 이어 1990년대 후반 케이블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7년엔 음악전문 방송채널인 Mnet을 인수하면서 미디어와 음악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케이블TV업계는 극심한 불황기였고 PP((방송채널사용사업) 중 흑자를 낸 곳은 39쇼핑이 유일했을 정도였다. 

Mnet 인수 후 프로그램이 상당 수 개선되고 24시간 실시간 인터넷 방송이 시작됐다. 1999년 1월엔 세계적 음악 전문 채널 MTV네트워크아시아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국내 가요의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9년 연말 치러진 'Mnet영상음악대상'은 지상파의 연말 음악방송과 달리 베스트 뮤직비디오, 록 밴드, 힙합 등에 대한 시상을 진행해 화제를 낳았다. 이후 MKMF를 거쳐 MAMA가 아시아 최고의 음악축제로 자리잡으면서 Mnet은 K팝의 글로벌 열풍에 큰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2002년 CJ미디어를 설립해 시청타깃과 특성이 명확한 전문채널들을 잇따라 개국했다. 2010년엔 온미디어를 인수해 현재는 영화, 푸드스타일, 바둑, 어린이, 패션스타일 등 각기 명확한 타겟 시청층을 보유한 총 19개의 다양한 전문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다.

2019 케이콘 LA. ⓒCJ ENM
2019 케이콘 LA. ⓒCJ ENM

국내에서 K팝의 글로벌 진출 플랫폼의 초석을 다진 CJ는 2012년, K컬처를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선보일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케이콘이다. 

케이콘은 콘서트를 매개로 한류 콘텐츠와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제품을 체험하는 컨벤션을 융합해 종합적인 K브랜드 체험을 선보였다. 한류문화 콘텐츠 파워를 한국의 식품, 패션, IT 등 다양한 경제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다.

케이콘은 미국 LA와 뉴욕을 비롯해 일본 도쿄, UAE 아부다비, 프랑스 파리, 멕시코 멕시코시티, 호주 시드니, 태국 방콕 등 매년 지속 가능한 한류를 전파하기 위해 수익성과 관계 없이 신규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갔다. 

2012년 1만명 규모로 시작된 케이콘은 매년 개최 규모와 지역을 확대해나가면서 8월 케이콘 LA를 기점으로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케이콘LA에만 10만3000여명이 몰렸다. 콘서트 티켓은 지난 7월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케이콘을 보기 위해 LA를 찾는 관람객들이 늘어나는 등 글로벌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문화사업에 대한 뚝심 투자와 열정을 보여준 CJ의 면모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글로벌 한류 투자의 베스트 사례로 소개되며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았다. 

'CJ E&M: 미국에서 한류 확산하기(CJ E&M: Creating K-Culture in the U.S.)'라는 제목의 하버드 경영 사례 연구집(Harvard Business Case Study)은 케이콘의 탄생 과정과 CJ그룹 최고경영진이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하버드 경영 연구집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체가 다뤄진 적은 있지만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 기업 케이스가 등재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사례 연구집은 하버드 엘리 오펙(Elie Ofek)교수와 서울대 경영대 김상훈 교수가 공동 집필했으며 2015년 세계 각국의 창업주 및 최고경영자 300여명이 참석한 최고경영자(EMBA)과정에서 교재로 다뤄지면서 최초로 공개됐다. 

CJ 관계자는 "케이콘은 K컬처를 글로벌로 확산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겠다는 최고경영진의 경영철학이 바탕된 것"이라며 "K팝 등 인기 콘텐츠를 주축으로 음식, 패션, 뷰티 등 다양한 K콘텐츠 경험 기회 늘려 충성도 높은 한류팬을 확보하고 나아가 한국 전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문화산업이 차세대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확신과 이를 통해 국가 경제 전반의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CJ는 케이콘을 CJ만의 브랜드가 아닌, 세계 최대의 한류 축제로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한류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켜 온 CJ가 그려나갈 K컬처의 미래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9 케이콘 LA. ⓒCJ ENM
2019 케이콘 LA.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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