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케이팝은 유행 아닌 문화"… 케이콘, 100만명의 DNA를 물들이다
[르포]"케이팝은 유행 아닌 문화"… 케이콘, 100만명의 DNA를 물들이다
  • 김수경
  • 승인 2019.08.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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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K컬처 페스티벌 KCON, 누적관객 수 100만 명 돌파
2012년 이래 8년간 전 세계로 확대, 글로벌 한류 플랫폼 대표로 우뚝
K팝 가수의 안무를 단체로 따라하며 안무를 배우고 있는 관객들. ⓒCJ ENM
K팝 가수의 안무를 단체로 따라하며 안무를 배우고 있는 관객들. ⓒCJ ENM

[미국 로스앤젤레스 = 김수경 기자] "고등학교 땐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저 혼자였죠.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 모두가 좋아해요. 케이팝은 독특한 유행이 아니라 이제 문화가 됐다고 생각해요." (브리나(Brinna) 20대·여)

K팝이 진화하고 있다. 말춤으로 글로벌을 들썩이게 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그룹이 된 BTS(방탄소년단)를 넘어 K팝이 팝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들은 K팝 스타들의 춤과 노래, 드라마를 즐기는 것을 넘어 이들이 입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것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행이 아닌, 매년 더 많은 이들을 강하게 끌어 당기는 하나의 영향력 있는 문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브리프는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상징인 'LA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진행된 CJ ENM의 'KCON(케이콘) 2019 LA'를 방문해 K팝 브랜드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했다.

LA컨벤션센터는 그야말로 K컬처 박람회를 방불케하는 243개의 프로그램과 부스로 알차게 꾸며져 있었다. 각 부스마다 수백여명의 K팝 팬들이 모여 춤을 따라 추고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즈원, 마마무, 모모랜드 등 인기 K팝 댄스를 전문 댄서에게 배울 수 있는 댄스워크샵 현장엔 매 시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 댄스워크샵 시간엔 수백여명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렬히 춤을 췄다.

행사장 곳곳에선 자신들이 좋아하는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관람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무대의상을 그대로 따라 입고 온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K팝을 즐기는 것은 비단 10대 소녀뿐만이 아니었다. LA컨벤션센터엔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 멕시코, 히스패닉 등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케이콘을 찾은 30대 여성 앨리슨(Allyson)은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보고 SNS로 한국 아이돌들을 보면서 K팝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BTS와 몬스터엑스, 마마무를 가장 좋아하는데 케이콘을 통해 신인 아이돌을 만나게 되는 것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3번째 케이콘을 방문한 20대 대학생 브리나(우측)와 친구들. ⓒ미국 로스앤젤레스 김수경 기자
올해로 3번째 케이콘을 방문한 20대 대학생 브리나(우측)와 친구들. ⓒ미국 로스앤젤레스 김수경 기자

3년 째 매년 케이콘을 방문하고 있다는 여대생 브리나는 "처음엔 K팝을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 혼자왔지만 올해는 다른 친구 3명과 함께 왔다"며 "K팝 만의 춤과 노래, 무대 매너가 특별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미국에는 전혀 없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이어 "K팝 스타들은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어 그들과 늘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도 다른 가수들에겐 찾을 수 없는 K팝만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LA컨벤션센터에서는 K팝뿐만 아니라 아이돌 메이크업을 배울 수 있는 K뷰티와 떡볶이, 김밥, 양념치킨 등 한국의 스트리트 푸드를 맛보고 인플루언서의 '먹방'을 즐길 수 있는 K푸드 콘텐츠도 마련돼 있었다. 

행사장 외부에는 한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 트럭들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돋웠다. 관람객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유튜브로 K팝 스타들의 동영상을 보며 한국 음식을 즐겼다. 이미 익숙한 듯 비빔밥 위에 고추장 소스를 뿌리는 관람객도 여럿이었다. 

LA 컨벤션센터 내 마련된 CJ제일제당 비비고 부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김수경 기자
LA 컨벤션센터 내 마련된 CJ제일제당 비비고 부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김수경 기자

CJ제일제당 '비비고'와 CJ푸드빌 '뚜레쥬르', 빙그레 '메로나',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카카오프렌즈 등 글로벌에서 인기 있는 한국 브랜드들도 단독 부스를 차리고 체험 행사를 펼쳐 호응을 얻었다.

글로벌 관람객들은 한국식 만두인 '비비고 만두'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담은 '불닭볶음면', 미국에선 흔치 않은 하드 형태의 아이스크림인 '메로나'에 큰 호기심을 보이며 부스를 구경했다. 

신인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새롭게 신설된 'KCON ROOKIES(케이콘 루키스)'와 K팝 스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유료 팬미팅 행사인 'ARTIST ENGAGEMENT(아티스트 인게이지먼트)도 전석 매진되는 등 신규 콘텐츠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17일과 18일엔 스테이플스센터에서 14팀의 K팝 스타들이 케이콘의 하이라이트인 K팝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스테이플스 센터는 매년 미국 그래미 어워즈가 열리는 2만석 규모의 LA 최대 공연장으로 비욘세와 에드 시런,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치는 꿈의 무대로 유명하다. 

올해는 아이즈원, 뉴이스트, 모모랜드, 마마무, 있지(ITZY) 등 한국을 대표하는 K팝 스타들이 총출동해 글로벌 팬들과 만났다. 올해 콘서트 티켓은 지난 7월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CJ ENM 관계자는 "올해 케이콘 LA는 행사 기간을 3일에서 4일로 늘리면서 역대 최대 인원인 10만30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며 "2012년 1만 관객으로 시작해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세계 최대의 한류 축제로 성장했다" 밝혔다. 

이어 "미국 내엔 더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 된 문화축제가 많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연령과 인종이 섞인 행사는 케이콘이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케이콘을 경험한 100만명의 관객들이 친구와 가족들에게 K컬처를 소개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DNA를 전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 콘서트 무대 전경. ⓒCJ ENM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 콘서트 무대 전경.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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