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안보지만 도서관은 간다"… 도서관 마케팅 봇물
"책은 안보지만 도서관은 간다"… 도서관 마케팅 봇물
  • 박소정
  • 승인 2019.0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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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명 중 4명, 연간 독서량 0%
도서관 콘셉트 복합 공간은 증가… 인스타그램 업로드 인기
스타필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신세계 그룹
스타필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신세계 그룹

국내 성인들의 연간 독서량이 8.3권에 불과하지만 도서관이 콘셉트 복합 문화 공간이 인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은 성인 59.9%, 학생 91.7%였다. 

2015년 결과에 비해 성인은 5.4%포인트, 학생은 3.2%포인트 감소했으며, 성인 독서율은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독서량과 상관없이 도서관과 책을 테마로 한 다양한 복합 문화 공간이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도서관 콘셉트 문화 공간인 신세계 스타필드의 '별마당 도서관'은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2017년 개관했다.

별마당 도서관은 13미터 높이의 대형 서가 3개, 600여 종의 최신 잡지를 포함한 7만여 권이 서적을 갖췄다. 

현재 코엑스몰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침체돼있던 코엑스몰을 가고 싶은 쇼핑몰로 바꿔놨다는 평이다.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스타필드 코엑스는 별마당 도서관 개관 이후 방문객 추이가 증가했으며 현재 일 6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스타필드는 최근 오픈한 위례점에 키즈 전용 도서관을 선보였다.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위례는 인구 가운데 10살 이하 영유아 비중이 14%, 15살 이하가 19.2%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응용한 어린이 전문 도서관인 별마당 키즈를 개관했다"고 말했다.

아크앤북 ⓒOTD 코퍼레이션

OTD 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1월 서울 부영을지빌딩에 강북의 ‘별마당’으로 불리는 큐레이팅 서점 아크앤북을 선보였다. 아크앤북은 3만여 권의 도서가 있는 서점과 외식업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아크앤북은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아치형 ‘책 터널’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영감과 흥미를 줄 수 있도록 책을 이용한 공간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아크앤북은 "생기를 잃어버린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통해 얻게 되는 다양한 장르의 지식과 경험을 공간적으로 풀었다"고 전했다.

컬처뱅크 2호점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 ⓒKEB하나은행

금융권에서도 서점을 콘셉트로 한 복합 문화 공간이 생기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오피스 밀집 지역인 광화문에 ‘힐링 서점’ 콘셉트로 컬처뱅크 2호점을 오픈했다. 

독립 서점 ‘북바이북’과 협업해 은행과 서점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유휴 공간을 손님에게 돌려주어 은행이라는 공간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 시키는 것을 목표로 만든 장소"라며 "전통적으로 광화문 일대가 서점의 메카이자 경복궁, 미술관 등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 지역이라 힐링 서점이라는 콘셉트로 공간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뮤직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서점이나 도서관 콘셉트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아예 전문적인 도서관을 만든 기업도 있다. 

현대카드는 2013년에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처음 개관한 이래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등 4개의 라이브러리를 개장했다.

다른 도서관 콘셉트 공간이 몰, 식당가, 은행 등 에 책이라는 콘텐츠가 결합된 것이라면 현대카드는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에 복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단순히 각 카테고리에 관련된 책을 모아둔 도서관이 아니라 음악을 들을 수 있거나 가상으로 여행을 하거나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경험을 현대카드 사용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라고 말했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도서관 콘셉트의 장소에 방문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젊은 층에서 인기"라며 "독서량과는 상관없이 도서관과 책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을 만한 이미지)한 테마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주제"라고 평했다.

인스타그램에 '#별마당도서관'를 검색하면 11만건이 넘는 인증샷을 볼 수 있으며, 지난 11월에 개장한 아크앤북 해시태그엔 4500건이 넘는 인증샷을 확인 할 수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책이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자체로 긍정적이게 생각한다"며 "서점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책을 접하면 분명 독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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